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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에 다녀왔다(영화 리뷰와 현장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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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4.27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에 다녀왔다. 올해는 혼자였다. 영화만 보다 올 것이 뻔했기에 가지 말까도 생각했지만 나만의 걸작 발견에 대한 욕심이 전주행 새벽버스에 오르게 했다. 설렜던 건지 밤늦게 커피를 마셔서인지 한 숨도 자지 못한 상태로 첫 영화 <어머니들>(MOTHERS, 쉬 후이 징)과 만났다.  

 

중국은 '세상에 이런 일이' 소개자 넘치는 참으로 흥미로운 나라다. 워낙 인구가 많아서이기도 하겠지만 중국 정부의 미성숙한 정책도 크게 한 몫 하고 있다. <어머니들>은 산아제한 정책의 아이러니를 좇는 다큐멘터리로 아이를 몰래 키워야 하는 웃기고 슬픈 현실을 보여준다. 영화의 아쉬운 점은 있는 사실만 기록한 정도라는 것이다. 보도만으로도 대단한 성과이지만 중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워낙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자행되는 나라이다 보니 사실의 전달만으로는 크게 와 닿지 않았다. 내가 중국에서 아무 데나 카메라를 들이대도 저 정도의 다큐멘터리는 나오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성취가 모자란 작품인 것은 맞는 것 같다.

 

내가 좋게 본 중국의 다큐멘터리라면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세자매>이다. 산골 마을, 특별할 것 없는 세 자매의 일상을 집요하게 보여주는 작품인데 그로 인해 오히려 중국의 이면과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

 

이어 같은 메가박스에서 <해리, 결혼하다>(WHEN HARI GOT MARRIED, 리투 사린, 텐징 소남)를 보았다. 이 영화는 사실 영화 제목과 동일한 이름을 가진 내 지인에 대한 자동 연상으로, 호기심으로 선택했다. 

 

<해리, 결혼하다> 또한 다큐멘터리였다. 등장인물들이 카메라를 의식하는 것만 제외한다면 일반 극영화 같을 정도로 다큐와 극영화의 경계에서 극적 재미를 취하고 있다. 

 

인도 북부의 다람살라의 한 쌍이 결혼풍습으로 인해 얼굴 한 번 본적 없이 결혼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가 바라보는 것은 정체와 변화가 함께 있는 현재의 인도이다. 우리 어머니, 할머니 세대의 얘기일 것 같지만 인도의 한 마을에서는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는 전통이다. 영화는 결혼식 과정을 담으며 돈 없이 살 수 없는 변화하는 현재의 인도 또한 열심히 좇고 있다.

 

안 좋은 풍습은 빨리 없어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인간을, 그리고 결혼을 사고 파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부모간의 정혼도 큰 문제이고 결혼식에 드는 돈도 쓸 데 없는 것이 많아 보였다. 하객 몇을 제외하고는 전통이고 뭐고 다 돈 벌자고 하는 짓으로 보였고 무엇보다 결혼 당사자들이 피곤해 보였다. 신부는 무슨 죄로 거의 1박 2일에 이르는 결혼식에서 찬밥 신세가 되어 있어야 하는지. 앞으로 인도도 많은 변화가 있겠지.

 

해리는 생각이 깨어있는 인물이니 그만 잘하면 행복한 가정이 될 것이기에 해리 신부에 대한 걱정과 눈물일랑은 거뒀다. "해리, 아내한테 잘 해주세요. 그리고 결혼했다고 대충하고 다니지 말고 자세랑 외모도 좀 신경쓰시고요."  [★★★]

 

이어 전주시네마타운에서 <파괴된 낙원>(LOST PARADISE, 이브 드부아즈)을 보았다. 앞서 본 두 편의 영화가 HD 디지털로 촬영된 데 반해 이 영화는 필름으로 촬영했다. 난 필름영화가 좋다. 필름은 심도가 깊어 무엇보다 감정을 드러내는 데 탁월하다. 그리고 정성 들여 찍은 느낌이 든다. 

 

<파괴된 낙원>도 별 이야기가 없지만 필름 특유의 질감으로 인해 인물 외의 프레임에서도 꽉 차 있었다.(저해상 디지털의 경우 버려지는 장면들이 많다.) 미묘한 성적 긴장감이 기억에 남는 영화.  [★★★]

 

듀나가 얘기했던가. 여성영화제 같은 전주영화제라고. 맞는 말인 듯하다. 이제까지 본 3편의 영화가 전부 여성이 중심에 있다.

 

 

영화관 밖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 비도 차고, 다음 상영까지 시간이 좀 남아있어서 숙소를 얼른 잡고 쉬다가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약속이 있어 보였던 N기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함께 내려온 N의 동생은 약속이 있어 먼저 가고 둘이 식사를 하게 되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N이 정말 오랜만에 사랑에 빠진 것 같았다. 그래서 네 번째 영화 <오빠가 돌아왔다>는 보지 않았다. 좋게 상담을 해주고 나는 다시 숙소 잡으러, 그녀는 택시를 잡아 타고 애인을 만나러 막걸리촌으로 갔다. 오늘밤은 '가맥'에서 건전한(?) 홍상수 영화를 찍고 싶었는데.   

 

2부는 다음에.(꺼밍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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